1년 반. 첫 직장 생활 회고 [2편]

2022. 6. 24. 18:46활동/내 이야기

1년 반. 첫 직장 생활 회고 [1편]에서 이어진다.

 

탈도 많고 배운 것도 많은 장애 대응

입 벌려. 장애 들어간다.

대부분 인프라 측 장애가 많았다.

서비스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제공했는데 사용자의 사용률이 높아지거나

순수하지 않은 목적으로 서비스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주된 원인이었다.

감사하게도 대부분은 인프라 엔지니어분들과 개발자들의 활약으로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

 

필자가 입사하고 크게 장애 대응한건 3번 정도 있었다.

개발자와 인프라 엔지니어가 같이 대응했던 장애 였는데,

그 중 입사하고 몇 달 되지 않았을 때 터진 첫 장애 대응 때는 정말 정신이 없었다.

오후 시간에 장애가 갑자기 터지고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복구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직종을 불문하고 한자리에 모여 각자 포지션에 맞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정말 인상 깊었는데, 특히 마케팅 팀에서 고객 대응에 대한 매뉴얼을

명료하고 정확하게 제시해주신 게 정말 멋있었다.

이게 스타트업인가? 이게 회사인가? 싶었고

필자도 저렇게 전문적이고 침착하고 당당한 시니어가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생겼다.

 

그리고 이때 복잡했던 인프라 구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업무 진행을 위해서 서비스 구조를 이해하는 게 중요했는데, 몇 번 설명으로만 들었을 때는 잘 몰랐다가

장애 대응 한 번에 깨달은걸 보면 역시 실전이 최고다.

 

며칠 후, 장애에 직접 관련된 개발자가 당시 상황, 원인, 대응 절차 등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모두에게 발표했다.

재발 방지 대책은 필자가 만약 다른 곳에서 실수를 하더라도

기록한 후 재발 방지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특히 여러 사람의 협업이 필요한 회사에서는 기록과 회고가 꼭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도 또 다른 이유로 서비스 알람은 계속 울린다는 것.

대부분의 문제는 오래전에 작성된 레거시와 개선되지 않는 성능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된 레거시를 작업할 인력도 없었고

주석이 없어 "이때는 왜 이렇게 코드를 작성했는가?"는 기존 멤버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새로운 프로젝트들을 처리하기 바빴던 날들을 돌이켜보면 조금은 아쉽다.

새로운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 부채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했다.

레거시들을 보면서 최신 문법으로 작성되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중에 다른 사람이 봤을 때 편한 코드가 좋은 코드라고 생각했다.

결국 최신 문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최신 문법으로 작성해야 읽기 편하겠지만

그걸 뛰어 넘어서 깔끔하게 짤 수 있는 클린 코드를 작성하도록 하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누가 봐도 의도가 분명한 코드 작성.

질문 좀 자주 하세요!

그런데 이제 생각을 곁들인.

필자는 첫 인턴으로 들어갔을 때 질문을 하기 참 힘들어했다.

물어보는 게 창피하다기 보단 그때는 회사 분위기가 정말 일만 하는 분위기였고

업무시간에는 키보드 소리가 대부분이었으며 잡담 소리도 듣기 힘들었다.

회사의 강압적인 분위기라기 보단 그런 성격을 가지신 분들이 많아서 그랬는데

실제로 비타민 같으신 분들이 많이 들어오시면서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그전에는 원래 회사가 그렇게 일만 하는 공간인 줄 알았다.

 

자리도 멀어서 정적을 깨고 질문을 하러 가기보다

혼자서 해결해보자는 오기 아닌 오기가 생겼다.

그러다 보니 물어보면 10분 만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몇 시간에 걸쳐 고민한 적도 있었고

생산성이 너무 떨어져서 혼자 해결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제대로 된 질문을 하도록 노력했다.

그때 느낀 게 커서 그런지 새로 입사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질문 좀 자주 하세요!"라고 조언드린다.

처음부터 사수 눈치 보면서 부담감에 질문하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단

질문을 통해서 조금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에 도달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물론 구글링으로 얻을 수 있거나 조금 고민해서 답을 낼 수 있는 법한 질문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고민하면서 얻는 소득도 많겠지만 몇 시간짜리 고민들은 혼자 공부할 때나 필요한 거지

시간과 생산성이 직결되는 회사 일을 하면서 해야 할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데, 요지는 불필요하게 긴 고민은 사수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질문을 "잘" 할 수 있는걸까?

질문은 양날의 검과 같다.

CPU에도 콘텍스트 스위칭이 있듯 사람도 똑같다.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가 다시 원래 주제로 넘어와서 효율을 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질문은 사수의 시간을 뺏는 거고 그만큼 사수의 생산성은 낮아질 것이다.

반대로 내 시간은 절약되고 내 생산성은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필요한 질문만 잘 정리해서 물어보는 게 중요한데

필자는 급한 게 아니라면 메신저를 많이 활용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필자는 슬랙을 사용했다.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는 것보다 서로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고

당장 자리에서 답변해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답변자의 부담도 덜어 줄 수 있다.

 

무엇보다 질문에 대한 배경 설명과 어디까지 알아봤는지를 잘 정리해서 공유하고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충 정리해서 그냥 물어보면 질문받는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질문을 하는 거에 대해서 눈치는 보지 말되 잘 정리해서 물어보고

어떤 고민이 생겼을 때는 제품의,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하는 게 좋을까? 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자.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처음에 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개발하기 편하게 먼저 생각한다는 것이다.

개발하기 편하게 가 아니라 유저가 편하게 제품이 나아가야 한다.

질문을 하되 일목요연하고 최대한 남 시간 뺏지 않도록.
제품과 조직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에게 아쉬웠던 부분

마치 흑역사를 되돌아 보는 기분이다.

하나씩 나열해보자.

  1. 처음에 적극적으로 질문하지 않은 것.
  2.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상 회사에서,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달랐던 것
  3. 건강을 챙기지 않은 것
  4.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한 것

1번은 위에서 살펴보았으니 패스.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달랐던 것

필자는 학부생 때 동아리장을 한 경험이 있다. 100명이 넘는 인원에 나름 체계적인 동아리였고

학교에서도 매년 상을 받을 만큼 인정받는 동아리였다.

그렇게 1년 동안 잘 이끌어본 경험이 있었고 평소에 사람을 둥글둥글하게 대하다 보니

나름 커뮤니케이션 능력에는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달랐다.

회사에서는 싫은 말도 똑바로 할 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틀린 건 틀렸다 말할 수 있어야 했다.

설령 나보다 높은 연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필자는 같이 일해야 하는 한 명의 개발자로서

납득되지 않는 방향성이라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토론해야 한다.

처음 적응기간에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에는 제품을, 조직을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하나의 열쇠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당당해져야 한다.

"나 따위가 감히 선배에게?" 같은 흔히 말하는 "꼰대"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고 본인이 선배가 되면 똑같이 생각할 거기 때문에..

물론 정도를 알아야겠지만 최소한 제품의 방향성에 관한 내용에서는 토론하면서 최선의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몸무게와 등가교환!

 

건강을 챙기지 않은 것

입사 전보다 10킬로나 몸이 불었다.

늦은 출근 늦은 퇴근이 반복되면서 집에 오면 오늘 하루도 고생한 나에게 배달음식을 자주 선물한 게 주된 원인이었다.

회사에서 먹는 저녁식사는 대부분 고칼로리의 음식이었고 앉아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체중은 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인 노래방을 찾아가는 게 국룰이였는데

코로나 시국이 겹쳐서 퇴근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는 게 어려웠다.

결국 스트레스는 음식으로 푸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불어나는 체중을 조금이나마 잡기위해 운동도 하기 위해서 PT도 받았다.

식단 조절도 하면서 조금 되찾았지만 공용시설 이용 시간이 점점 제한되고 퇴사 몇 달 전에 PT는 그만두었다.

운동을 그만두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연초에 다시 조금씩 몸무게가 불었고 최고점을 찍은 상태로 퇴사를 했다.

이후에 꾸준히 운동해서 입사 전 몸무게로 돌아왔다.

 

자기 계발을 소홀히 한 것

2021년 개인 github 잔디밭은 가뭄이었다.

반면 회사 github 잔디밭은 풍요로웠다.

주말 커밋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이때는 개인 개발 시간에 회사 제품을 더 발전시키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만큼 제품에 애정을 쏟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보다 개인 공부를 하는 게 더 필요했다.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라고 하지만 반대말이 지켜지는건 쉽지 않은 것 같다.

회사일을 하면서 개인이 성장하는 건 어느 정도 한계가 있고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와 개인 공부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치는 다르다고 느꼈다.

주말 근무를 제외한(휴가로 줬음) 평균 초과 근무 시간은 법정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았고

퇴근하면 자고 다시 출근하기 바빴다.

주말에도 회사 출근을 찍지 않고 집에서 일한 적도 많았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계속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건

제품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동료들이 같이 으쌰 으쌰 하면서 열심히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상황이 변하고 제품에 대한 방향성도 점점 달라진다고 느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걸 얻었기 때문에 열심히 한 과거에 후회는 없다.

다음 회사에서도 열심히 하겠지만 그때는 개인의 발전이 곧 회사의 발전이라는 기준에 맞게 개인 공부도 열심히!

 

당당하기. 개인의 성장에도 집중하기.

 

앞으로는?

농담입니다. (출처: 즈눙의 숲)

할 수 있다면 이직에 성공하고 퇴사하는 게 베스트였지만 퇴사하고 하고싶은게 많았다.

국토종주고 가보고 싶고, 무엇보다 건강한 프레임을 갖추고싶다.

어느 회사에 갈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을 중요시하는 회사에 가고 싶다.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 (사용자를 생각하게 하지 마!)

단순히 개발을 하는 게 아닌 문제점을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