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발자가 되고싶었는지

2020. 10. 12. 23:25활동/내 이야기

요즘 블로그 활동이 뜸한 이유는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어서 잠시 쉬어갔었다.
9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하는 ICT학점연계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는데,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와중에 학교 교수님이 다른 학교로 가시게 되면서

 

연구실에 들어오라는 말씀을 하셔서 더 생각이 깊어졌다. 

 

학비도 주고, 연구비도 괜찮게 주어서 좋은 조건이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고민했었던 건, 한 분야를 깊게 공부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돈 때문도 있었다. 원래는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말도 안 되는 등록금을 보고 포기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고민했었다.

 

결론은 지금 공부하고 있는 웹을 계속해서 공부하자 였다.

 

웹이 재밌기도 하고, 내가 대학원을 가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졸업하고 내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분야로 가게 될 텐데

 

불투명한 미래에 2년을 투자하는 게 무서웠다.

 

그리고 내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계속 찾아봤지만

 

흥미 있는 소재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개발자로 남기로 했고, 왜 개발자가 되고 싶었는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의미없는 사진이다. 예전에 미국에서 처음 판다익스프레스를 먹었는데 엄청 맛있었던게 갑자기 생각나서 하나 올린다.

 


 

첫 직장 연봉이 중요한 이유가 다음 회사에 이직할 때 연봉 협상의 기준이 되는 게
이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처음 목표는 돈 많이 주는 회사를 가는 게 목표였다.

 

돈 많이 주고, 문화 좋고, 개발 스택 좋고,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

 

위 기준들에 들어맞는 회사는 대부분 유니콘 기업이나 대기업들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넷카라쿠에 가기 위해 나는 코딩 테스트들을 보고, 떨어지고를 계속 반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변의 압박으로 취직은 빨리 해야 하고

 

대기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욕심들이 얽혀서 나를 계속 압박했던 것 같다.

 

지금 인턴십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는 스타트업인데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기업이다.

 

대기업만큼의 연봉을 주지 않아도 내가 분명히 성장할 수 있는 회사이다.

 

돈을 많이 준다고 좋은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항상 남과 비교하면서 '저 사람은 얼마 번다더라'라는 생각이 박혀있었다.

 

그래서 연봉을 높이는 게 나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가치를 매긴다는 것도 웃긴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기 위해

 

내 가치를 매기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다.

 

점점 나를 깎아내리기만 하는 나를 발견했다.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게 아니라 진짜 개발자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직업에 대해 가치관을 먼저 새워야 한다.

 

내가 되고 싶었던 개발자가 어떤 개발자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언제 처음 개발자가 되고 싶었을까?

 

나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항상 게임에 빠져있었고 다른 중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매일 게임하고 다음날에 학교 가서 친구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수다를 떨었다.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친구는 해커가 되고 싶다고 했다.

 

왜 해커냐고 하니까 게임 아이템을 더 쉽게 얻고 싶어서 라고 했다.

 

나는 그런 것보다는 게임 캐릭터가 움직이는 게 신기했던 것 같다.

 

방향키를 누르면 캐릭터가 움직이고 키보드 입력으로 캐릭터를 조종하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어느 날 도덕 선생님이 그러셨다. 게임을 하지만 말고 게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떠냐고.

 

그렇게 좋아하는 건데 한 번쯤 만들어 볼 생각을 가져 보았느냐고.

 

선생님은 그냥 수업 중에 툭 던진 말이었고, 나도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때 선생님 말씀이 계속 생각나고, 곱씹어 보았다.

 

그때부터 프로그래머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처음 C언어 책을 사서 읽어봤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자료형을 공부하다가 포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는 그냥 막연하게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 보안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대학교에 입학했다.


전공을 배우면서, 나는 왜 개발자가 되고 싶었을까?

 

처음 개발을 배울 때는 재미있었다.

 

어려웠지만 다른 교양과목들 성적은 B, C 이런데 전공과목들은 높은 점수를 많이 받았었다.

 

동아리에 들어가서 처음 안드로이드를 공부했다.

 

컴퓨터 게임 "아이작"을 모바일로 만들어보자!라는 포부를 가지고 친구 세명과 같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 개발하면서 밤을 새워 보기도 했다. 내가 뭔가가 된 거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 아이작처럼 구현은 못하고 거미 몬스터를 잡으면서 아이템을 획득하고

 

스테이지를 지날수록 난이도가 높아지게 만들었다.

 

그렇게 1학년 하반기에 처음 프로젝트로 상을 받았다.

 

개발에 대한 감흥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목표가 있으니 해냈을 뿐이고 상을 받으니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 통신병이었는데, 군단 사령부에서 근무하면서 서버와 네트워크를 만질 수 있는 보직이었다.

 

네트워크망을 구축하고 서버를 관리하면서 엔지니어링 쪽에 흥미를 가졌다.

 

이때 처음으로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말로 확립했던 것 같다.

 

나는 순차적으로 흐르고 논리적으로 동작하는 시스템에 흥미가 있었다.

 

그걸 설계하고 깊게 생각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정말 운 좋게 맞는 보직으로 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전역하고 복학했다.

 

동아리 사람들과 같이 서버에 대해 스터디를 진행했다.

 

네트워크의 기초에 대해 공부하고 통신의 기초에 대해 공부했다.

 

그러면서 웹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Front end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와 조금 달라서 Back end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내가 뭘 바꾸겠다, 뭘 만들겠다!

 

그런 포부는 없었다.

 

그냥 개발이 재미있어서 했다. 그래서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고 어떤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가?

나는 이왕이면 주변인들과 회사에 도움이 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고 내가 만드는 서비스를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그 서비스에 애착이 있어야 개발도 재밌는 거고 회사에 정이 붙는다.

 

나는 내가 진행하는 일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를 하고 마음속에 와 닿아야

 

비로소 개발을 하고 싶어 진다. (보통은 일을 시작하고 개발을 하면서 서비스에 애착이 붙긴 한다)

 

동료 개발자가 모르는 게 있으면 알려주고 싶고 나도 새로운 분야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

 

나는 이전부터 스타트업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그 이유는 문화 때문이었다.

 

수직관계가 있는 회사는 숨 막히고 그런 환경에서 개발을 잘해나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개발은 막히지 않은 사고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곳에서는 너무 편향된 시각으로만 볼 것 같았다.

 

이제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가고 싶다. 주변의 눈치 그만보고 내가 얼마를 벌던 비교하고 싶지 않다.

 

내가 계속 공부할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서비스가 있고, 배울 점이 있는 회사에 남고 싶다.